2017년 2월 23일 목요일

하동에서 너구리 똥이 아이들을 반기는 곳



봄이 오고 있는 섬진강, 하동을 찾았습니다.
하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섬진강변의 벚꽃길




벚꽃이 필 때 이 길을 찾으면 봄바람에 벚꽃이 눈처럼 날리는 환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아직 벚꽃이 피기 전. 나무는 앙상한 가지만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번에 벚꽃이 피기 전의 길도 충분히 아름다움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벚꽃 대신 눈부신 햇살이 섬진강 여울 물결 반짝이듯 나뭇가지 사이로 부서져 내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화개장터에서 하동읍 쪽 방향으로 벚꽃길을 가다 보면 지리산생태과학관이라는 표지가 보입니다. 몇 년 전까지 없던 곳인데 언제 생겼을까 했는데 2012년에 문을 열었다고 하네요.
과연 어떤 곳일까 궁금해 들어가 봤습니다.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한 하동지리산생태과학관, 건물 외관이 멋집니다.




건물에서 제 눈을 끈 것은 유리창. 유리창마다 매의 형상이 붙여져 있습니다. 생태과학관답게  맹금류 같은 조류의 모양을 한 스티커인 버드세이버를 부착해 놓아 새들이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것을 방지하고 있는 것이죠. 해마다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새들이 수만 마리나 된다고 하고, 예전에 내장산에서 촬영하고 있을 때 산비둘기가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바로 죽는 모습도 봤는데 이렇게 새들을 위한 배려를 해 준 모습을 보니 좋았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친절한 해설사께서 찾아온 분들을 맞습니다. 하동군에서 이곳에 해설사분들을 배치해서 해설프로그램을 운영하니 그분들의 해설을 들으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그런데 입구에서 잠깐 둘러보다 느낀 점은 누군가 관람객의 눈높이를 잘 아는 이가 전시를 해놓았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입구의 첫 전시물이 야생동물의 똥이었기 때문입니다.이곳은 아무래도 어린아이들이 많이 찾을 텐데 전시관을 주로 찾을 연령대인 유치원, 어린이집 다닐 정도의 아이들이 가장 재미있어하는 것은 똥. 똥 소리만 나와도 까르르 깔깔거리며 좋아하는데 거기다 야생동물의 똥이니 또 얼마나 신기할까요?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라는 독일 작가 베르너 홀츠바르트가 지은 유명한 그림책에서 본 것처럼 동물마다 다른 똥의 차이를 볼 수 있으니 더 좋겠죠? 누군가 '똥'에 대한 유아들의 호기심을 잘 파악하고 있구나,  아이들의 눈높이를 아는 이가 전시를 했구나 싶어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만약 성인 마인드로 전시관을 꾸몄다면 똥을 처음에 전시해 놓지는 않았겠죠? 크고 화려한 뭔가를 전시했을 텐데 그랬다면 아이들에겐 시작부터 재미없는 곳이 되었을 겁니다.
표본전시실로 향하다 보면 식물들의 전시해 놓은 식물들의 씨앗들을 볼 수 있습니다. 


표본 전시실에서는 특별히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외국 곤충들을 볼 수 있는 세계 곤충 표본을 전시하고 있었는데요, 화려한 색깔의 나비, 덩치가 커다란 풍뎅이류를 보는 아이들은 신기해하겠죠? 아이들뿐만 아니라 같이 간 어른들도 신기해할 전시입니다.






현미경을 통해 아이들이 곤충들의 보기 힘든 부분까지 관찰할 수 있게 해 놓은 것도 아이들에겐 신기하고 재미있는 체험이 될 것 같네요.



곤충표본 제작실은에선 표본을 만드는 모습도 볼 수 있구요, 이곳에선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고 모형도 만들어보는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옆은 연구실... 이곳에서 야생화들을 키워 전시관에서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합니다. 많은 식물들이 관리를 받으며  자라고 있네요.



2층으로 올라가면 또 아이들이 좋아할 곳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물속에 손을 넣어 물고기를 만져볼 수 있게 해놓은 곳. 어린이들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만지면서 보고 느끼니까 아이들에겐 정말 좋은 추억이 되겠죠? 물론 빠른 물고기를 아이들이 만지기는 쉽지 않지만 물속에 손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겁니다.




마치 정글 속을 들어가는 기분이 들게 한 덩굴터널을 지나면 숲이 나옵니다. 이곳에선 아이들이 좋아하는 독수리며, 반달곰, 수달을 볼 수 있고, 곳곳에 수리부엉이, 족제비 등 동물들이 숨어 있어 아이들과 동물찾기 놀이를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장소입니다.





아이들은 동물들의 위장술에 대해서도 스크린을 통해 배울 수 있고, 또 동물 발자국 탁본 체험을 하며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2층 복도는 전망대로 앉아 쉴 수 있는 쉼터가 있어 그곳에서 창밖의 섬진강도 볼 수 있는데 좋은 전망을 즐기다 또 벽에 있는 야생화들을 보며 아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눠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지리산의 야생화 사진을 본 아이들이 지리산 자락을 걷다 실제로 그 야생화들을 만난다면 더 반갑겠죠?



그리고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곳, 3D 입체영상관이 있습니다.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권은 매표소에서 회차별 선착순으로 배부하는데,  하루에 10번 상영으로 대개 13분에서 20분 사이의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찾아간 시간이 늦어 영화 상영시간과 맞지 않아 영상을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입체영상이 어떻게 나올까 궁금해 다음엔 아이들과 함께 와 꼭 봐야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겨울철에 이곳 하동지리산생태과학관 실내에서 아이들과 따뜻하게 자연을 보는 것도 좋지만, 4월 이후에 찾으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4월부터는 나비의 생태를 관찰해 볼 수 있으니까요...




봄이 오면 생태과학관 마당에 나비들이 날고 야생화들이 피어납니다.이제 멀지 않은 봄, 자녀들과 가면 좋은 곳.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곳, 하동 지리산생태과학관입니다.



보령 벙어리 기생, 말문을 열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곳은 보령문화의 전당안에 있는 보령 박물관입니다.
방송작가로 KBS에서 ‘TV쇼!진품명품’이란 프로그램을 7년정도 했던 터라 지방 여행을 가면 옛날 유물들을 만나기 위해 박물관을 찾는데, 보령을 찾았으니 보령 박물관도 가봐야죠. 하지만 사실 약간의 선입견은 있었습니다. 국립박물관도 아닌 지역의 박물관이라면 그저 그럴 것이다. 전시품이라고 해 봐야 모조품에, 그것도 그리 많지 않은 전시품들이 있겠지. 그런 생각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박물관을 돌고 나오면서 그 생각이 아주 잘못됐구나 알았습니다. 국립박물관처럼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작지만 알찬 전시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 보령 박물관을 함께 돌아보실까요?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면 신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 유물을 먼저 볼 수 있는데요, 보령에서 본격적인 유물발굴조사가 벌어진 것은 1990년대 이후이지만 그 조사에서 빗살무늬토기를 비롯한 신석기시대 유물들이 발굴되었다고 합니다.






청동기시대로 넘어오면 고인돌을 만드는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고인돌하면 고창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으신데 보령도 만만치 않습니다. 보령이 오석을 비롯한 돌로 유명한 곳이다 보니 곳곳에 고인돌이 많다고 하는데, 보령에서 고인돌을 볼 수 있는 곳이 박물관 지도에는 다섯 곳만 표시되어 있지만 10여 곳이 넘고, 조사결과 300여기 이상의 고인돌이 있다고 합니다.




또 보령에서는 탁자식, 기반식, 개석식 등 다양한 형태의 고인돌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특히 보령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고인돌이 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평라리에서 발견된 고인돌로 땅 속에 돌로 구획을 만들어 무덤이라는 표식을 해 놓은 형태. 학계에서도 처음 발견된 것이라 보령 평라리식고인돌로 이름 붙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보령댐이 생기면서 수몰되고 말았다 하니 정말 아쉬웠습니다.





박물관투어를 지루해 할 지 모를 아이들을 위한 배려, 고인돌 줄 당기기. 아이들이 좋아할 것같습니다. 




박물관 전시는 시간의 흐름대로 배치해 놓았습니다. 선사시대와 청동기시대를 지나면 백제시대의 유물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보령리 고분군의 굴식돌방무덤을 재현해 놓은 것. 보령리에 분포한 60여기 고분 중 12기가 1984년 발굴되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하는데, 돌로 만든 방 석실묘는 무덤의 주인이 힘이 있는 사람이었음을 말해줍니다. 그리고 다듬지 않은 돌은 초기 백제무덤임을 알려주는 힌트입니다. 백제 후기로 갈수록 다듬은 돌로 돌방을 만들었다고 하니까요. 
보령리 3호고분에서 인골이 출토되었다고 하는데 인골은 모형으로 재현해 놓았습니다.






발굴 때 인골 주위에 놓여있던 유물이 이렇게 실물로 전시돼 있습니다.
백제의 전형적인 토기인 삼발이 토기, 삼족기도 있고, 철로 된 검도 보입니다. 철로 된 검이 있다는 것은 그 무덤의 주인이 상당히 힘이 있던 사람. 그러니까 백제시대, 보령에 힘 있는 유력자가 살았음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통일신라시대로 넘어오면 보령 성주사지에서 발굴된 유물들과 크기를 작게 해 볼 수 있게 만든 성주사지탑을 볼 수 있습니다. 성주사지에서 발굴된 유물들... 통일신라 시대 사람의 전형적인 얼굴상일까요? 얼굴 모양의 토기와 흙으로 밎어낸 몸통과 와당. 세련되진 않지만 오히려 투박한 것이 더 정감있는 아름다움을 만듭니다.






 



그리고 성주사가 어떤 사찰이었는지 보여주는 영상을 대형화면으로 볼 수 있는데, 당시 사찰의 규모와 왜 지금은 터와 탑, 비만 남아있는지 쇠락과정을 입체감있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다음은 고려시대로 넘어가는데, 이곳에서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도자기를 만드는 곳 하면 이천, 여주, 강진 등을 떠올리게 되는데, 보령에 우리 도자문화사에서 중요한 유적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보령시 청소면 진죽리에 신라말, 고려초의 토기 가마터가 발굴되었는데, 확인된 가마는 9기. 한반도 중서부에서 초기 청자가 제작되기 이전의 토기 제작과정을 볼 수 있고, 자기가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이전의 토기 제작과 그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유적이라는 것이죠 보시면 투박하지만 아름다운 토기들입니다.



바로 옆에는 고려청자들이 전시돼 있는데, 그럼 고려시대 강진외에 보령에도 고려청자를 굽는 가마가 있었던 것일까요? 알고보니 강진 등에서 만든 청자를 개성까지 실어 나르다보니 폭풍우나 암초를 만나 배가 보령 앞바다에서 침몰한 경우가 있었겠죠? 그 청자들이 바다속에 있다가 건져 올려진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이 청자들을 건져올린 죽도 앞바다는 신안 앞바다처럼 조사외 활동을 하면 처벌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버드나무 아래 오리가 노니는 그림을 그린 흑백상감청자.
그런데 여기 전시된 청자 접시에는 기사라는 글씨가 적혀있는 것이 3점이나 됩니다. 
어떤 뜻이 담겨 있는 것일까요? 이것은 이 청자들이 만들어진 해가 기사년임을 의미합니다.



조선시대로 오면 충청수영의 옛 그림이 보입니다. 이런 그림들은 사진기가 없던 시대, 그림을 그리는 화원들을 불러 사진처럼 남긴 것. 나중에 충청수영을 찾아가 이 그림과 비교를 해 봐야겠습니다.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충청수영성은 전라, 경상 좌우영과 비교할 때 가장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다고 하니 우리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보령시의 노력을 잘 볼 수 있습니다.


또 보령이 낳은 선비들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유품들은 후손들의 기증을 받아 전시를 한다고 하는데, 보령박물관에서는 올해 상반기중에 기증받은 유물을 전시하는 특별전을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그런가하면 보령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의 물품도 볼 수 있습니다.





보령 박물관에서 가장 재미있는 곳은 바로 이곳. 시간의 길 너머 있는 곳입니다.
시간의 길은 철로 위에 유리를 깔고 벽면엔 보령의 과거 사진들을 전시해 놨는데,
이 길을 걸어 터널을 지나자니 시간을 거슬러 가는 기차가 된 기분입니다. 걸어가면 실제로 기차의 기적소리도 들리기도 하는데요, 그런데 이렇게 철로를 깐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보령 박물관이 있는 장소가 과거 대천역이 있던 곳이기 때문이라는데요, 지금 박물관이 있는 장소가 대천역광장, 그리고 지금의 광장이 대천역이 있던 장소라고 합니다.








     

시간의 길, 터널을 나오면 정겨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대천역이 나오고 나무전신주와 옛날 우리가 자라온 시간 거리의 모습들이 반갑습니다. 이발소와 철물점, 우체국... 지금은 사라진 거리의 풍경들...
대포집에선 뿌연 연기속에서 왁자지껄 한 잔 기울이며 떠드는 소리가 들리는 것같고, 주인 아주머니의 환한 웃음도 정겹습니다. 그 속에 들어가 같이 어울려 대포 한 잔 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지금은 보기 힘든 당시의 달력과 그때 그 술병들, 그 물품들을 어떻게 구하고 그 분위기까지 그대로 재현해 놓았는지 정말 반가웠습니다. 이런 정겨운 곳을 만들어 놓은 보령 박물관의 생각도 고맙고, 저는 개인적으로 이곳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옛날 거리 끝부분의 영화관 안으로 들어가니 안은 복혜숙이란 여배우의 방입니다. 복혜숙선생은 보령출신으로 1920년대 영화배우로 본격적인 활동을 하셨다고 하는데, 당시 아버지가 의사인 집안에서 태어나 한국영화 초기의 신여성으로 인기를 누렸다고 합니다.
60년 연기인생 동안 약 400여편의 작품을 했다고 하는데, 박물관에서 옛날 여배우에 대한전시공간을 마련해 놓은 것도 참 특이했습니다.




이곳엔 복혜숙 선생 육성이 담긴 영화노래 레코드판도 전시해 놓고 있었는데, 이 정도면 구하기 힘든 희귀음반이겠죠? 그리고 이 방에선 영상도 짧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보령에서 태어나고 묻힌 토정 이지함 선생의 방이 마련돼 있습니다.
백성이 부자가 되어야 나라가 부강해질 수 있다고 믿은 보령의 참 지성인 토정 이지함 선생의 영정과 선생이 받은 교지, 토정비결을 보고 또 준비되어 있는 영상을 보며 선생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바쁜 중에도 궁금한 점에 대해 답해주고 전시 유물 해설을 해 준 장래형 보령 박물관 학예연구원께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문화재, 유물은 말 못하는 아름다운 벙어리 기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은 맞지 않는 것같습니다. 우리 문화유산은 말 못하는 벙어리 기생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듣지 못할 뿐 그들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그들이 속 안에 담고 있는 사연이 얼마나 많을까요?
박물관에서 우리 문화유산을 만나시면 잠시 서서 그들이 하려는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다보면 5천년 역사를 가진 민족, 우리는 더 큰 힘을 갖게 될 것입니다.

문화는 힘이고 역사를 가진 이들의 저력. 제가 보령 박물관에서 본 것은 보령 문화의 저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