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20일 월요일

아뿔싸. 한 발 늦었네... 남양주 불암산



오늘 소개할 산은 남양주 별내면에서 올라가는 불암산입니다서울과 남양주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불암산은 봉우리가 모자를 쓴 부처 형상과 비슷하다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또 붓 모양을 닮아 필암산, 하늘의 보배라는 천보산이란 이름도 갖고 있는데, 그래서 불암사 입구에 세워진 일주문 현판에는 천보산 불암사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불암산의 좋은 점.... 일주문 앞에는 넓은 주차장이 있는데, 주차료를 받지 않아 아주 땡큐입니다. 




일주문을 지나 조금 걸어 올라가면 불암사가 나옵니다.
불암사는 신라 헌덕왕 16(824)부터 지증국사가 창건했고, 조선시대 세조 때 한양근처의
4대 명사찰로 삼은 곳입니다. 동쪽에 불암사, 서쪽 진관사, 남쪽 삼막사, 북쪽 승가사 네 곳을 호국안민 기도도량으로 삼았는데, 그 중 첫째를 불암사로 삼았다고 전해옵니다.


이 사찰에서 특이한 곳은 마애불 앞
커다란 암벽에 세 불상이 새겨져 있는데 가운데가 아미타불양 옆이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입니다이 삼존불상은 주지를 지낸 태정스님이 1973년 조성한 것으로 그리 특이할 것은 없지만 그 앞에 12지신상이 줄지어 서 있는 것이 참 독특합니다.




무사들처럼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든 채 도열해있는 12지신상의 모습...여행이며 촬영을 다니면서 사찰을 여러 곳 다녀봤지만 묘가 아닌 불상을 지키는 이런 모습은 처음 접해 봐 특이했습니다12지신상은 예로부터 수호신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불교에서 12지신은 12야차대장, 12신왕으로 불리는데, 약사여래의 지휘아래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신장입니다
이곳의 12지신상도 2011년 삼존불의 수호신 역할로 조성한 것이라고 합니다.




마애불 뒤로는 탑이 하나 있는데, 1989년 태국, 스리랑카에서 부처님의 진신사리 7과를 모셔와 이 탑 안에 넣어 세웠다고 합니다. 진신사리의 효험이 있어서일까요? 그래서인지 이곳에 시험공부하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이 사찰의 또 특이한 곳은 종루... 대개 종 아래에 울림이 되게 바닥을 움푹하게 파 놓는데, 여긴 이렇게 종 아래로 들어갈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절에서 알려주기로 했는데 아직 답이 없네요...






불암산의 다른 이름이 천보산이라 한다 말씀드렸는데요, 천보산은 하늘의 보물.... 천보산이란 이름답게 이 사찰에는 보물이 전해 내려옵니다.



보물 제 591호인 석씨원류응화사적책판(釋氏源流應化事蹟冊板). 이 목판은 인조 때 왕명으로 역대 승려들의 이어온 법통을 판각한 것인데, 고창 선운사와 이곳 불암사에만 보존되어 있는 귀중본으로 지금은 동국대학교 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다고 합니다
   


불암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불암사 화장실 옆으로 나 있습니다. 정상을 올라가는 길의 시작...  정상에 급히 오르려 하지말고, 천천히 이곳 저곳 둘러보며 가다보면 작은 것들이 보입니다. 돌 계단아래 살며시 고개를 내민 예쁜 버섯이 수줍게 인사를 하는 듯도 하고...
또 계단 받침돌로 쓰이고 있는 돌중에 어떤 돌은 사람의 손길이 닿아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옛날 어느 탑의 부분이었을 수도 있고 건물의 한 곳에 자리잡고 있었을 것같은 돌... 이 돌이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집니다.



불암사에서 깔딱고개까지는 산책하듯 쉽게 오를 수 있는데, 그런데 이 불암산에는 전설이 하나 전해 내려옵니다
 
*불암산에서 만난 이야기 하나 <아뿔싸. 한 발 늦은 불암산>
불암산은 원래 금강산에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조선왕조가 도읍을 정하는데 한양에 남산이 없어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는 소문을 듣게 되고 자기가 한양의 남산이 되고 싶어 금강산을 떠나 한양으로 출발했다는 거지요. 그러나 지금 불암산 자리에 도착해서 보니 한양에 이미 다른 산이 와서 남산으로 자리잡고 있더랍니다. 아뿔싸. 한 발 늦었구나. 한탄을 하며 다시 돌아가려 뒤돌아섰는데, 다시 가자니 갈 길도 멀고, 다른 산이 그 자리를 차지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 이 자리에 머물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불암산을 보면 서울을 등지고 있는 형세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불암사에서 약 900미터 정도 걸어올라 가면 깔딱고개가 나옵니다.
많은 산에 오르는 사람들 숨을 깔딱깔딱 넘어가게 한다고 해서 깔딱고개라고 이름 붙인 급경사 지역이 있는데, 불암산의 깔딱고개는 조금 숨이 차긴 하지만 다른 산에 비해 뭐 그렇게 힘들지 않습니다. 깔딱고개 끝 나무데크를 올라가면 오르막 길이 끝나고 쉴 수 있는 의자와 전망대 데크가 나옵니다.
그리고 쉼터에서 숨을 돌리고 올라가다보면 거북바위가 나오는데, 거북바위에서는 정상이 멀지 않습니다. 
거북바위에서 내려다본 서울의 모습입니다.




거북바위를 지나 바위에 이런 쇠로프길도 있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데크가 나오면 이제 곧 정상 이 나무데크 끝이 정상인데요...




드디어 정상.
불암산은 높이 508m. 그리 높지 않은 산입니다.
북한산이 마주보이고, 도봉산·수락산도 보입니다. 특히 수락산은 불암산과 이어져있어서 불암산에서 시작해 수락산까지 가는 종주코스를 타는 이들도 많다고 합니다.

 

불암산 국기봉 바로 아래 있는 개구리바위입니다.


내려오는 길 사람들이 하나 둘 쌓아 만들었을 돌탑을 만납니다.
사람들의 바람염원이 담겨있을텐데요...
불암산에서 이 돌탑에 돌을 쌓았을 것같은 한 사람이 있습니다.


* 불암산에서 만난 이야기 둘. <세계 챔피언의 절망과 희망이 있는 산>

1980년대 그때는 권투 인기가 하늘을 찔렀지요그때 박종팔이라는 유명한 프로권투 챔피언이 있습니다. 1984년에 국제권투연맹(IBF), 1987년 WBA 슈퍼미들급 챔피언에 오른 선수그 당시 박종팔선수의 대전료는 1억 5천만원서울 강남의 아파트 7채 값에 달했다고 하며 은퇴할 때 재산만 해도 90억 원이나 됐다고 합니다그러나 단란주점스포츠센터 등 여러 사업이 모두 실패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내를 사별했다고 합니다그때 그는 어디서 떨어지면 고통 없이 죽을까를 생각하며 불암산을 올랐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절망의 끝에 있었던 것이지요그런 그가 돌탑에 돌을 얹으며 희망을 빌며 삶의 끈을 이어갔을 것같은데요... 그랬던 그는 지금도 매일 불암산을 오른다고 합니다요즘은 절망이 아닌 희망을 갖고 새 삶을 살며 건강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한 때 많은 이들의 영웅이자 챔피언이었던 박종팔선수다시 멋진 모습 보여주시고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기사 출처는 문화일보2017년 1)


불암산은 돌아가신 임금을 지키는 산이라 해서 태릉강릉동구릉 등 많은 왕릉이 주변에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음엔 태릉이나 상계동 쪽에서 산을 올라볼까 합니다해골바위불암산성넓적바위불암폭포 등도 들러봐야겠고명성황후 발원으로 만들었다는 마애관음보살좌상과 학도암, 6.25전쟁때 20명의 육사생도들이 숨어지내며 작전명 불암산 호랑이’ 게릴라전을 펼쳤다는 불암산의 동굴 세 곳도 찾아봐야겠습니다
이렇게 불암산은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곳. 과거의 불암산은 아뿔싸한 발 늦었네라고 했지만 다시 안 찾는다면 아뿔싸많은 이야기들을 놓쳤네라고 할테니까요...




산에서 거의 다 내려와 반가운 녀석을 만났습니다
딱딱딱딱 소리가 나서 올려다보니 바로 이 녀석, 오색딱따구리가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색을 하고 있는 오색딱따구리는 쇠딱따구리와 함께 흔히 볼 수 있는 텃새. 렌즈를 당겨 겨우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으려고 하는데 아.... 다른 등산객들이 내려오면서 낸 인기척소리에 그만 포르르 날아가버리고 말았습니다새 찍던 나 닭 쫓던 개 모양이 된 거죠.
그래서... 예전에 북한산에서 제가 찍었던 다른 오색딱따구리의 영상을 통해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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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상은 딱따구리 둥지 나무아래 카메라를 뻗쳐놓고멀리 달아나 있다가 카메라를 회수해 얻은 영상들입니다. 곤충, 거미, 열매를 물어 오는 모습을 잘 볼 수 있는데요... 오색딱따구리는 5월부터 7월 사이에 나무구멍에 새끼를 쳐서 14~16일간 알을 품고, 부화시킨 후 20~21일간 새끼를 키운다고 합니다
새끼를 위해 쉬지 않고 먹이를 물어다 주는 어미의 모습.
어째 요즘은 새나 동물의 자식사랑이 인간 못지 않다라는 말보다 그들의 자식사랑이 사람보다 더 나은 것같은 세상이 되었습니다만 어미 딱따구리의 모습에서 어린 자녀들을 위해 사셨던 부모님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도 같습니다. 힘겹게 사느라 잊고 있던 모습이지만... 그때 그 분들은 더 힘겹게 사셨겠지요.

어미 딱따구리 모습을 보며... '아뿔싸. 뒤늦게 후회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불암산, 그리고 하늘의 보배라는  불암산의 다른 이름 천보산에서 본  하늘 아래 가장 큰 보물, 무엇보다 더 크고 소중한 보물은 바로... 부모의 사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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